박생강 장편소설, 에어비앤비의 청소부 + 그의 책읽기(2018년)

‘오늘 하루, 이 방의 주인이 되어주시겠어요?’라는 책 띠지에 낚였다. 책 표지가 일본 소설 같은 느낌이었다.

고백하자면, 오래 전 지인이었기에 구매한 책이기도 했다. 소설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에어비앤비 숙소에 하루 묵었던 일을 계기로 겪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는 단막극 같았다.

에어비앤비의 청소부는 해커 청년. '나'는 굉장히 쿨한 차도남이다. 그가 왜 에어비앤비 청소부에게 끌렸는지가 이 책을 쓰게 된 관건이 아닐까 싶다.

<수사연구>라는 매체에 일하시는 작가 분의 취재력이 바탕에 되어 쓴 소설 같은데, 엄밀히 따지자면 전직 사우나 직원에서 에어비앤비 청소부 파트타이머로 일했던 경험이 녹아든 듯했다.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숙소가 주 무대다.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매혹적이다. 하지만 작품 안에서 이태원은 없다. 숙소만 있을 뿐. 속편이 있다면 기대되는 책이다. (2018.10.17.수)











편혜영/장편소설/죽은 자로 하여금 + 그의 책읽기(2018년)

조선업이 몰락한 어느 도시의 병원에 관한 이야기다. 다 읽고 나서 이거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전매특허인 괴기스런 분위기는 연출되지 않는다. 

꽈배기 과자처럼 배배꼬기가 특기였는데, 열린 결말이어서 엔딩이 더 모호하게 읽혔다. 비리와 고발. 이 소설 속에서 찾은 단어였다. 그의 첫 소설집 <아오이 가든>을 굉장히 좋아했다. 괴기스런 이미지가 난무하는데다가 공상과학영화를 연상케했기 때문. 사실,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에서 나온 마콘도를 언뜻 떠올렸던 것은 우연이었을까.

얼마 전, 대학동기인 L형이 그의 소설을 다시 전작주의로 읽었다고 했다. 한 작가의 소설을 전작으로 읽는 일도 어렵지만, 편혜영의 소설은 난독증에 걸리기 십상이다.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다시 보자. 경장편 <죽은 자로 하여금>은 병원의 비리에 관해 담담하게 들려준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 모른다. 소설은 힘들게 읽히지만 재미있었다.

이상하게도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남는 이미지가 희미했다. 두 번은 읽어야할 것 같다. 작품 안에서 화자격인 '무주'(남성)와 소설의 구조를 이끌어가는 인물인 '이석'. 두 사람의 관계를 좇는게 묘미이다.





 



최민석/에세이/고민과 소설가 + 그의 책읽기(2018년)

어? 하루키를 따라했나 싶었다. 최민석 작가야 말로 무라카미 하루키 빠이다보니 당연히 <무라카미 씨가 있는 곳>을 떠올렸다. 대학생 대상 모 잡지에 게재했던 고민상담 코너의 글이었는데, 생각보다 유쾌하고 흥미있었다. 참, 부러운 사람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인생을 사는 삶 때문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답은 없다. 참조만 있을 뿐이다.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도 내게는 그러했다.

동년배이다 보니 최 작가의 글들은 공감하는 바도 컸고, 알게 모르게 그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소설보다 그의 재치있는 에세이였다. 이 책도 그런 연장 선상에서 손에 들었던 듯하다. 그가 정성스레 달아준 달변들을 보면서 대학시절에 고민했던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도 됐다. 그 시절에 나는 무조건 혼자 답을 냈다. 누군가 인생을 상담해주는 괜찮은 선배가 없었던 듯싶다. 다만,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술은 사주는 아는 형은 있었다. 최민석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 확신이 그가 묵묵히 글을 쓰는 작가로 살아가는데 큰 원동력처럼 여겨졌다.(2018.10.4.목)
















박상영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 그의 책읽기(2018년)

발랄한 홍상수 영화 같았다. 어제는 L형과 통화를 하다가 이 작가의 이야기를 했다. 서평가 로자의 글을 캡쳐해서 보낸 그에게 답장 대신에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요즘 들어 소설가 박상영의 첫 소설집에 묻는 측근들이 좀 있었다. 책 꽤나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뭐든 새로운 게 나오면 찾아 읽을 것이다

불편한 대목이 있기도 했다. 박상영 씨의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문학동네 , 20189)은 소설가 김영하의 등장을 떠올리게 했다. 새로운 것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광고 문구가 유행처럼 번졌던 1990년대 중반, 김영하의 등장은 새로움의 표본이었다. 90년대와 80년대 문화를 확실히 구분하는 아이콘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박상영 씨의 등장도 그런 느낌을 받는다. 혹자는 그의 소설에 빠졌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작품 안에서의 대화처럼 홍상수 영화의 찌질찌질한 면모도 슬쩍 내비친다. 소설은 재미있었다. 이쯤하면 책값 13500원은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로자의 지적처럼 자멸하는 글쓰기는 살짝 질리기도 한다. 소설 상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L형은 그의 새 작품집이 어떨지 궁금하다고 했다. 나는 아마도 변하지 않을까, 하고 대꾸하며 통화를 마쳤다. (2018.9.27.목)


나이와 취미 + 그의 날적이

어제는 커피집 사장 폴 군에게서 전화가 왔다. 취재가 있어 경기북부를 다녀와 늦은 시간에 기사를 마감한 후에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다. 폴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다. 어제는 그가 짬이 났나보다. 요즘 잊힌 카세트플레이어를 찾았다고 했다. 

찾아보니 예전에 들었던 카세트테이프 앨범이 20개 가량이 남아 있어 그는 그것이 요즘의 취미가 되어 가고 있다고 했다. 나는 재작년부터 카세트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간간이 수집하는 카세트테이프 구매도 낙이 되어간다. 지난번 대구에서 사온 카세트테이프 앨범 가운데 말러 교향곡 1번과 4번이 있는데, 어떤 것을 줄까? 하고 내가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교향곡) 1번이라고 대꾸했다.

구스타프 말러를 듣기 시작했던 것도 폴 때문이었다. 10여년 전 일간지 문화부 기자로 일하던 시절, 어느 선배는 나이가 들면 말러가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줄 몰랐다. 말러를 알게 해준 것은 폴이었다. 어떤 음악을 듣는 것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계기가 필요했다. 폴의 중고 워크맨이 고장이 났고, 평소 음악전용 휴대폰을 사용하기에 기기도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카세트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다. 착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밥벌이가 글을 쓰는 일이다 보니, 뭔가를 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카세트테이프를 하나, 둘 구하러 다니면서 작은 재미가 생겼다. 그러면서 지나간 시간들을 돌이켜보게 됐다. 주력을 둔 분야는 라이센스판 고전음악 테입였다. 가게가 분주함에 따라 통화는 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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